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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 때 필요한 마음 / 한희철 목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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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 때 필요한 마음 / 한희철 목사

다산바람 2012. 6. 27. 15:42


지독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에 아이들과 손으로 모를 심은 곳을 논을 찾았더니 쩍쩍 논바닥이 다 갈려져 있었습니다. 한 해는 태풍에, 한 해는 멧돼지의 습격으로 제대로 벼를 거두지 못했는데, 올 해는 가뭄이 아이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농토가 마르면 농부들의 마음은 더욱 말라갑니다. 자식 죽는 것은 보아도 곡식 죽는 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이 다 닳도록 물길을 찾았는데, 그 물길이 밤사이 다른 논밭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 그 정답던 이웃들끼리도 낫 싸움을 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어서 속히 이 대지의 목마름과 농부들의 마음을 해갈시킬 단비가 쏟아져 내리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가뭄이 찾아올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 받기 위해 기차를 탔을 때, 우리를 인솔하던 장교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과 주변국들 사이에서 벌어진 6일 전쟁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사막에서 전투를 벌이던 한 부대가 큰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전투 중에 그만 물이 떨어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사막 전투 중에 물이 떨어진 것은 총알이 떨어진 것 이상의 위기였습니다.


그 때 한 병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어디선가 물을 구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구해온 물은 겨우 수통 하나의 물 뿐이었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 물을 기다리고 있는 군인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군인들은 수통을 돌려가며 물을 마셨습니다. 그 때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교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군인들 모두가 물을 한 모금씩 마셨는데, 그 중 두 모금을 마신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가 누구였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한 여름에 훈련소 생활을 해서 그랬겠지요, 서른 여명의 군인들이 수통 하나의 물을 모두 한 모금씩 마셨다는 이야기도 뜻밖인데 그 중에서 두 모금을 마신 사람이 있었다니, 이야기가 왠지 허황되다 싶었지만 큰 관심을 끈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물을 떠온 사람이라는 대답도 있었고, 소대장일 거라는 대답도 있었는데,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대답도 그 이상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물을 두 모금 마신 사람은 맨 마지막으로 마신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대답을 들을 때 마음속으로 지나갔던 작은 떨림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결국 마지막 사람이 두 모금을 마셨다는 것은 앞선 이들이 물을 아꼈다는 것,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갈증 속에서도 뒤에 기다리는 전우를 위해 물을 마시는 척하며 겨우 자신들의 입술만을 적시고는 말았을 것입니다. 남이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빵을 먹는 법을 배워야 하고, 내게 부족한 물건을 남에게서 가져오는 것은 다만 위치 이동일 뿐이라는 것을 배워야 살아남을 것 같은 군대생활을 막 시작하며 들은 사막에서의 수통 이야기는 군인으로서 끝내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독한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대지와 농부들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주변에 참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를 참는, 바로 그런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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