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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의 바람/땅에서도

봉산동 개발에 대한 제안

다산바람 2011. 10. 26. 16:55

지역신문 원주투데이(http://www.wonjutoday.co.kr)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봉산동 개발에 대한 제안

 2011년 02월 28일 (월) 10:35:23 김진형(봉산동)

   
20여년 전 봉산동은 동내 중심을 흐르던 도랑과 사람 3~4명이 지나가기 힘든 좁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있었다. 좁은 길이지만 정감이 있었고 이웃과 이웃 간의 왕래가 잦았다. 치악교 옆 논두렁을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배고프면 원주 천사들의 집 근처 과수원에서 서리를 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맘 놓고 뛰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많았다.

2011년 현재의 봉산동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모두 사라졌다. 공을 찰 곳도, 숨바꼭질 같은 놀이를 할 곳이 없다. 이제 부모의 입장이 되니 혹시나 아이들이 좁은 골목길을 바로 나가자마자 속도를 내는 차에 의해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골목은 비좁지만 이웃간 거리는 멀어졌고, 빈동(貧洞)의 이미지가 동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럼 봉산동은 왜 다른 동네에 비해 어둡게 느껴질까?

평생교육정보관이 단계동으로 떠났고, 지금은 계획이 철회됐지만 작년까지는 교도소가 들어온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재개발 이야기도 한 동안 계속 나오더니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이제는 쏙 들어갔나 싶다. 아무래도 발전과 개발에 까다로운 부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젊은이에 비해 노인의 비율이 다른 동네보다 높고 없고 가난한 세입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지역이기도 하기에 보상 문제와 대체주거공간 마련에서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여기에 봉산동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기찻길과 높지는 않지만 길게 걸쳐있는 봉산뫼 때문에 재개발 토목공사도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어려움들이 시내 중심가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재개발에 아주 유리한 측면을 상쇄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재개발 얘기를 보면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이 전부인 것 같은데 이것이 진정 봉산동을 위한 개발인지 의심스럽다. 개발사와 동내 많은 토지를 소유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결국 아무런 이익 없이 약자들이 쫓겨나는 계기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막무가내 토목중심의 개발을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봉산동을 지금 이대로 가만히 두는게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개발과 발전을 한가지로 제한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물시장길 지역에는 상징적으로 옛 우물을 복원하는 것은 어떨까? 서울 종로의 인사동 거리처럼 옛 골목길은 그대로 두고 옛 가옥들을 보수하고 복원해서 다양한 문화체험과 향토음식과 찻집을 들어오게 하는 재개발은 어떨까? 이와 연계해서 시원한 원주천을 지나 봉산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통과하고 원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그래서 오름직한 '봉산뫼'를 원주시민 걷기코스로 지정해서 문화, 휴식공간으로 조성함은 어떨까?

또한 원주시 국제걷기대회 코스에도 포함시켜 전 세계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봉산동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애물단지 같은 기차역도 시간이 지나면 시 외곽지역으로 옮기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옮기게 되더라도 기찻길은 그대로 두어 하나의 문화적인 테마 코스로 만들 수도 있겠다. 이와 같은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원주역사박물관도 의미 있는 장소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서른을 갓 넘긴 내가 생각한 것들은 여기까지이고 이것들 외에도 봉산동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심 속에서 산과 흐르는 냇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봉산동은 이런 다양한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이런 곳을 토목공사 쪽으로만 개발하겠다는 건 너무 얄팍한 생각이 아닐까?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도시개발을 보면 산업과 공업의 획일화된 개발이 아닌 생태도시, 문화도시로 개발의 포커스가 이동했고 또 계속 이동 중이다. 원주시의 도시개발계획 정책도 건강도시, 안전도시, clean & green city의 모토에도 부합해야 하며, 대기업과 일부 권력자들에 의한 개발 정책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주민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