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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성공사례 공모 본문

갱생보호

또 하나의 성공사례 공모

다산바람 2023. 10. 17. 15:22

회사에서 의무사항으로 수기를 작성하라고 해서 6년 전 있었던 사례를 썼다. 

열과 성의를 다했던 업무였는데 이제는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수기를 쓰는 게 쉽지 않다. 

앞서 포스팅한 7년 전에 썼던 수기의 제목만 그대로 옮겨왔다. 

 

희망은... Nowhere? Now here!

1. 만남
  허그일자리 초기상담을 위해 만난 강도현(49세/가명)은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돋보였고 짙은 눈썹에 매서운 눈매를 가져서인지 유독 표독스러워 보였다. 이미 추천을 받아 선정 받은 도현은 참여자 유의사항을 설명 듣던 중 전달사항을 오해했는지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화를 냈다. 교정기관 담당자는 도현을 잘 타일렀고 나는 다음 차례의 참여자를 상담했다.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다시 도현을 만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씀드리며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를 물었다. 지원금 부분을 설명 듣다가 푼 돈을 받고자 굽신거려야 되는 것 같아 스스로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설명을 꼼꼼히 못해서 그렇게 오해하실 수도 있다고 안심시켜드리고 재차 프로그램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난 뒤에야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 번의 대면상담과 집단상담이 끝나고 나서 도현의 얼굴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출소 후에 꼭 연락을 주겠으니 새 출발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스러웠지만 욱하는 성격이 나중에 화를 부르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2. 도전
  교정담당자는 도현이 강도 3범으로 재범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출발을 다짐했던 눈빛과 약속은 진심이었고 나는 이에 공감했기에 담당자로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라도 꼭 취업시키고 말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도현은 과거 중고가구를 매입하고 고쳐서 다시 파는 매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물건을 다루는 손재주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교정위원 중 한 분은 수작업 인테리어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하셨는데 일손이 부족해서 출소자 채용을 고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쪽으로 매칭을 해보자고 교정 담당자와 협의를 마쳤다.
  출소한 도현은 면접을 마쳤고 새출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목재를 다루는 그는 일에 재미를 느꼈고 꾸준히 성실하게 해나갔다. 오해를 샀던 취업성공수당을 지급 받게 되자 이렇게 좋은 걸 괜히 오해했다고 넉살 좋게 얘기했다. 도현을 채용한 대표님도 열심히 일하는 그를 바라보며 흡족해 하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힘써 일구어 나가는 도현에게 허그일자리 외에도 자녀학업지원과 주거지원이 제공됐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저렴한 사용료만 내고 이용할 수 있음에 지금도 수시로 전화를 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3. 어디에도 없던(No Where) 희망, 지금 여기에(Now Here)
  최저임금 수준 밖에 안되는 급여를 받고는 있지만 주거지원을 받으며 큰 돈이 들어가는 월세살이를 벗어나 그래도 버틸만하다고 말한다. 옛날 생각하면 최저임금으로 1년 동안 뼈 빠지게 힘들게 일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맘 먹고 돈 있는 집 한 번 털면 한두 해를 편하게 살게 될 만큼 얻을 수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깜짝 놀란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냐고 묻자 “왜 안들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이제 한 번 더 교도소에 들어가는 날에는 아내와 아들을 볼 수 없을 텐데요.”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 중학생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큰 돈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며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신을 꼭 빼닮은 아들이 장성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때 내가 계장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이 행복을 모르고 계속 교도소를 전전하고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