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04-30 00:10
관리 메뉴

FaitHopeLove

우리도 사람입니다 / 윤혜숙 본문

카테고리 없음

우리도 사람입니다 / 윤혜숙

다산바람 2012. 5. 31. 10:14

한겨례 오피니언「왜냐면」에 게재되었던 글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09040.html


저는 시급 5100원을 받는 57살의 대학 구내식당 노동자입니다. 아침 8시부터 일합니다. 오후 4시까지 일하기로 했으나 어떤 날은 6시나 7시까지도 합니다. 저는 시간이 짧은 편에 속합니다. 다른 분들은 아침 7시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꼬박 12시간을 뜨거운 불과 무거운 식재료와 커다란 용기들을 옮기면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 밥을 해 주는 사람이 조리장을 포함해 9명입니다. 50대와 60대의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게 없는 우리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일하는 시간 내내 단 1분도 휴식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9월16일부터 출근을 했는데 점심시간에조차(유급이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서 또 일을 했습니다. 거기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든지 단순히 시급에 시간을 곱해서 임금을 받습니다. 주 5일 60시간을 일하면 30만6000원입니다. 휴일에 행사가 있어 일을 하면 시간에 상관없이 단지 1시간 임금을 더 줍니다. 급여명세서를 달라고 했더니 “우리는 직원이 많아서 일일이 못 준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학교 축제 때는 바쁘지 않으니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근로계약서에 다 쓰여 있다고 하더군요(나중에 받고 보니 정말 그런 조항이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한 부 달라고 두번 요청했으나 “곧 준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저는 휴게시간과 부당한 임금과 근로계약서에 관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성과 일’에 상담을 하고 총장님께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위탁업자와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당신 때문에 우리가 학교에 망신을 당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준한 정상임금과 휴게시간’일 뿐이라고 하자 회사에서는 “그러면 우리는 망한다”고 하더군요. 정상임금을 지불하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다가 마침내 저와 함께 7명이 민주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러나 “탈퇴하면 다음 학기에 다시 일하게 해 주겠다. 그때 정상임금을 주겠다. 그때 인원도 보충해 주겠다”는 말에 7명이 모두 탈퇴했습니다.

저는 투쟁도 싫고 싸움도 싫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왜 소통이 안 되는지, 왜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당하게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 또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겠지요. 수많은 곳에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오늘도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지친 몸을 끌고 일하러 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도 노조가 필요 없고 투쟁도 필요 없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이곳 덕성여대에는 수많은 석학이 있고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며 더 훌륭한 총장님이 계십니다. 미래의 어머니들이 배출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곳의 학생들의 밥에 수많은 눈물과 원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이 밥과 함께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제 회사의 몫입니다. 

윤혜숙 덕성여대 구내식당 조리원



추가로 아래 아웃소싱을 이용한 구조조정에 대한 통찰력있는 글을 담아왔다.


문근영님의 블로그 http://gy.pe.kr/tc/602 GY's Diary 중에서...

언제부턴가 기업 경영에서 '아웃소싱'은 경영자라면 마땅히 지양할 합리적 절차라고 여겨지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태풍을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가 우리나라에까지 건너와 자리매김한 것이다.

아웃소싱에서 회계나 법무 같은 전문적인 영역을 회사가 외부 업체에 의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아웃소싱은 청소, 조리와 같은 흔히 저학력 직군들이 일을 하는 노동강도가 센 업무이다.

어떠한 사람들은 이러한 분야 또한 아웃소싱 함으로써 그 분야의 업무도 전문화가 이루어진다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둘다 틀린 얘기다.

이 분야의 아웃소싱이 앞서 말한 회계나 법무 처럼 전문가에게 일을 의뢰하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아웃소싱이라면 그러한 사람들의 주장이 맞겠지만, 내가 아는 한 99%, 현재의 기업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위 기사에서도 나와있듯이, 일반적으로 기업은 용역계약서를 작성할 때 해당 업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용역업체가 책임지도록 작성한다. 즉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건 용역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니, 당신이 소속된 회사의 관리자에게 가서 따져라. 우리는 해당 업체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니 우리 책임이 아니다 라고 말하기 위함이다.

법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일단 위 기사만 놓고 보면 해당 용역 업체는 명백하게 근로기준법을 어겼고 아주머니께서는 자신의 급여를 주고 있는 회사에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 기사를 보면서 애초에 저 업무가 '아웃소싱'을 줄 업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조정이 합리적 경영방식인 것처럼 인식된 것은, 미국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을 제외하고는 아웃소싱을 줌으로써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를 생산하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부문에 드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재무재표를 개선한 것이 성공 사례로 퍼지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당장 직접적으로 부를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직원의 건강이나 생활에 미치는 식사, 근무환경 등을 담당하는 업무가 기업이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일까? 

전에 주식으로 대박을 친, 구글 주방 담당 직원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구글 같은 떠오르는 IT기업들은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편의시설, 놀이시설, 식사에 대해 신경을 쓰고 투자를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직접 고용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처럼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이 아닌, 호텔 납품 업체를 쓰는 것처럼 질을 높이기 위한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

예전에 아는 회계사님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현재의 기업 회계기준에서 누락되고 있는 것은?"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아래와 같이 답변해주셨다.

"사람."

정답이다.

기업 경영에서 단위 기간 동안에 비용이 감소했다 하더라도 자산이 같이 감소한다면 경영을 잘 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기업들이 시행한 아웃소싱과 구조조정은 주주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감소하여 기업의 재무재표를 개선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사람'이라는 제일 큰 자산 가치를 감소시켜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사회문제를 만들어 위와 같은 외부효과를 만들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이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